매일묵상

제목2020년 9월 26일. 디아스포라 목회자 제자훈련 세미나를 다녀온 뒤2020-09-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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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6일. 디아스포라 목회자 제자훈련 세미나를 다녀온 뒤

 

저는 지난 한주간 프랑크푸르트 한마음교회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목회자를 위한 제자훈련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참 많은 목사님들을 뵙고 목회의 진액같은 가르침들을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그중에 말씀묵상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데, 참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의 매일묵상을 성도님들께 공유하고, 최근에는 좋은 경건서적들을 옮겨 적으며, 우리 교회 성도님들에게 영적인 자원들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목회의 목표는 목사가 무엇을 계속 제공하고 성도들은 계속 수동적으로 말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더 자발적으로 말씀묵상을 생활화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매일묵상을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평신도로 구성된 프랑크푸르트 한마음교회 QT사역팀에서 저희 교회에 방문해서, 자신들이 어떻게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지내는지, 그리고 그 유익에 대해 나누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에 조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저도 다시 말씀으로 돌아와서, 저의 QT를 올리며 매일묵상을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가 50명의 목회자 대표로 간증을 했는데, 오늘은 그때 나누었던 간증을 매일묵상으로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 담임목회 1년을 갓 넘긴 새끼 목사 이재용입니다. 저는 지난 2019년 8월 빌레펠트 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했습니다. 나름 20년 가까이 신학을 공부했고, 15년 이상 교회에서 사역을 해온 저는, 교회와 목회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담임목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역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목회적인 능력은 금새 바닥이 나버렸고, 그동안 제가 꿈꾸던 이상적인 목회는 여지없이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이 한통 왔습니다. 이름을 보니 이찬규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누구지 싶어서 내용을 보니 ‚한마음교회 이찬규 목사입니다.‘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이어서 코로나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우리 교회를 돕고 싶다는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문자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은 감사가 아니라 ‚왜요?‘ 였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이찬규 목사님으로부터 또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제자훈련 세미나를 하는데 참석해달라는 정중한 초청의 메시지였습니다. 역시 저는 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제일 큰 교회가, 그리고 그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왜 이렇게 겸손하게 도와주지? 왜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하지?“ 하는 의구심이 컸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일차적으로 이 목사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 교회가 어떻게 된 교회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첫째날부터 망치로 얼음바다를 내리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안에 가득한 얼음바다는 유학의 무기력과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뭘해도 안된다는 목회적 절망이었습니다. 제 안에 그 빽빽한 얼음바다를 부수어 버린 망치, 그 망치의 이름은 바로 복음의 능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찬규 목사님을 비롯한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선배 목사님들의 이야기, 그 눈물과 땀 그리고 관심과 위로와 사랑이, 저의 황량한 얼음바다를 녹이는 따뜻한 불씨가 되었습니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수없이 울고 웃으며, 받은 바인더 여백에 빽빽하게 강의 내용을 받아 적으며, 저는 잊고 지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복음은 투박하고 진부한 것이며 교회는 희망이 없는 곳인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던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참 많이 회개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받은 은혜와 감사를 5분 내에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복음의 능력이며 교회의 정체였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 복음은 이토록 살아 숨쉬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며, 교회는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였습니다. 멀리서 온 목사들을 배불려서 죽이겠다고 작정한 것 같은 집사님, 권사님들의 섬김의 손길 속에서, ‚아. 그렇지. 교회는 이렇게 배고프고 목마른 이를 값없이 채우는 곳이었지. 교회는 주차장이 아니라 주유소였지! 교회는 영혼을 살리는 곳이었지!‘라는 오래된 깨달음과 기억들이 새롭게 되살아났습니다.

저는 이제 오래된 새 기억을 되찾고 이 세미나장을 떠납니다. 기차 시간 때문에 조금 일찍 떠날 것 같습니다. 이곳을 떠나는 제 마음은 아쉽기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역의 불길로 마음이 타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낙담하지 않고, ‚성령님이 무슨 역사를 하실까?‘를 기대하는 목회를 하겠습니다.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복음이 일하시도록 주님께 주권을 내어드리는 목회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교회를 본받아, 작은 우리 빌레펠트 교회도 열방에 복을 흘려 보내는 생수의 강에 작은 물줄기를 대겠습니다.